어쩌려고, 어쩌자고,

/·삶·은· @ 2008/10/05 23:57

뭉뚱그려 집어넣은 음악파일 중에서 지금은 노라 존스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곡목은 모르고,
언제부턴가 집안에 활개치고 있는 자잘한 벌레들은 내 주변에서 노닥거리고,
책상 위에는 종이조각들(실은 일과 관련된 중요한 자료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고,
나는 고시생 뿔테안경을 쓴 채 졸린 눈을 하고서, 이러고, 있다.

어디까지 미룰 수 있을까.
어디까지 배짱을 부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이토록, 미칠 듯이 괴로워하면서, 죽어라 하기 싫은 일들은 결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거나, 조금쯤 미뤄도 되는 일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럴까.

아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단 말이다아-! (털썩)

나이가 들면서 느는 것은, 일하는 노하우나 열정이 아닌, 대책 없는 배짱뿐이고,
마음을 붙잡아 앉히는 일은 갈수록 이렇게 어렵기만 하다.

누구[각주:1]는 요즘 나의 이런 심리상태를 '사회적 사춘기'라 정의해주었다.
사회적 사춘기, 음, 그럴 듯했다. 그럴 듯하다.
... 생각할수록 맞는 것 같다. 음, 음, 음, 그래, 그래, 그래.

이 길이 맞다고 확신하면서도, 돌아서면 또 이 길이 아닌가 싶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건만, 과연 잘하고 있는 건지, 자꾸만 의심하게 되고,
그래서 누군가 뭐라고 한마디만 해도 움찔, 주눅이 들어 숨어버리고 싶고,
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지레 겁 먹고는 도망 가버리고 싶으면서,
도리도리 몰라몰라, 생각만 태산 같고, 정작 해놓은 일은 아무것도 없어 답답하기만 한,
늘어나는 것은 걱정과 자책뿐인,
그냥 다 버리고서 땅으로 꺼지거나 하늘로 솟아버리고 싶어지는, 무계획 무대책 무책임의 극치를 달리는 것.
(최근엔 잠수함을 한번 구해볼까도 생각 중이다.
땅으로 꺼지거나 하늘로 솟아버리는 것보단 버라이어티할 듯하여. >,<)


그래, 그래, 사회적 사춘기가 분명하다.

다른 누구(길에서 처음 만난)는 또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이니, 참고 견디라고.
올해가 지나면 모든 것이 안정되고 자리를 잡아 발전할지니, 그저 참고, 참고, 또 참고, 견뎌내라고.

음, 조금은 위안이 되는 구나.
고통도 끝이 보이면 즐길 수 있는 법, 이니까.

재깍재깍 시간은 정직하게도 흘러가고,
나는 시간이 정직하게 흘러가는 걸 멍청하게 보고만 있다.
나는 여전히 내가 참, 한심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각만 하고, 결국 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어쩌려고, 어쩌자고, 도대체.









  1. 언제나 문제의 본질은 물론 이면까지 꿰뚫어보며, 무릎을 탁 칠 만한 대처법까지 제시해줄 줄 아는, 그래서 내가 존경해마지 않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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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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