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려고, 어쩌자고,
뭉뚱그려 집어넣은 음악파일 중에서 지금은 노라 존스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곡목은 모르고,
언제부턴가 집안에 활개치고 있는 자잘한 벌레들은 내 주변에서 노닥거리고,
책상 위에는 종이조각들(실은 일과 관련된 중요한 자료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고,
나는 고시생 뿔테안경을 쓴 채 졸린 눈을 하고서, 이러고, 있다.
어디까지 미룰 수 있을까.
어디까지 배짱을 부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이토록, 미칠 듯이 괴로워하면서, 죽어라 하기 싫은 일들은 결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거나, 조금쯤 미뤄도 되는 일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럴까.
아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단 말이다아-! (털썩)
나이가 들면서 느는 것은, 일하는 노하우나 열정이 아닌, 대책 없는 배짱뿐이고,
마음을 붙잡아 앉히는 일은 갈수록 이렇게 어렵기만 하다.
누구1는 요즘 나의 이런 심리상태를 '사회적 사춘기'라 정의해주었다.
사회적 사춘기, 음, 그럴 듯했다. 그럴 듯하다.
... 생각할수록 맞는 것 같다. 음, 음, 음, 그래, 그래, 그래.
이 길이 맞다고 확신하면서도, 돌아서면 또 이 길이 아닌가 싶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건만, 과연 잘하고 있는 건지, 자꾸만 의심하게 되고,
그래서 누군가 뭐라고 한마디만 해도 움찔, 주눅이 들어 숨어버리고 싶고,
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지레 겁 먹고는 도망 가버리고 싶으면서,
도리도리 몰라몰라, 생각만 태산 같고, 정작 해놓은 일은 아무것도 없어 답답하기만 한,
늘어나는 것은 걱정과 자책뿐인,
그냥 다 버리고서 땅으로 꺼지거나 하늘로 솟아버리고 싶어지는, 무계획 무대책 무책임의 극치를 달리는 것.
(최근엔 잠수함을 한번 구해볼까도 생각 중이다.
땅으로 꺼지거나 하늘로 솟아버리는 것보단 버라이어티할 듯하여. >,<)
그래, 그래, 사회적 사춘기가 분명하다.
다른 누구(길에서 처음 만난)는 또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이니, 참고 견디라고.
올해가 지나면 모든 것이 안정되고 자리를 잡아 발전할지니, 그저 참고, 참고, 또 참고, 견뎌내라고.
음, 조금은 위안이 되는 구나.
고통도 끝이 보이면 즐길 수 있는 법, 이니까.
재깍재깍 시간은 정직하게도 흘러가고,
나는 시간이 정직하게 흘러가는 걸 멍청하게 보고만 있다.
나는 여전히 내가 참, 한심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각만 하고, 결국 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어쩌려고, 어쩌자고, 도대체.
- 언제나 문제의 본질은 물론 이면까지 꿰뚫어보며, 무릎을 탁 칠 만한 대처법까지 제시해줄 줄 아는, 그래서 내가 존경해마지 않는 [본문으로]

